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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고정관념 깨면 사업기회 널려 있다

고정관념 깨면 사업기회 널려 있다 2008.01.23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역발상으로 풀어낼 때면 짜릿한 맛을 느낀다. 어찌 보면 그런 즐거움 때문에 사업을 계속하는지도 모르겠다.

BHC 인수는 역발상으로 성공한 전형적인 사례다.

2004년 8월경 경쟁업체였던 BHC가 측근을 통해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 당시 조류독감 때문에 BBQ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BHC 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BHC 인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사업 확대였다. BHC는 치킨업계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점포는 450개로 99년 문을 연 프랜차이즈 업체 치고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사업을 꾸려왔다.

마케팅 전략도 뛰어났다. 콜팝치킨, 야채치킨 등 신선한 아이디어로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나름대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BBQ가 20% 시장점유율을 차지했기 때문에 BHC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을 30~35%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더구나 BBQ는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신규 매장 개설이 힘들었다. 매월 200~300명의 예비창업자들이 개점을 희망했으나 겨우 10개 점포를 열 뿐이었다. 기존 가맹점의 상권 보호차원에서 신설 점포 개설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BHC 인수는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둘째는 프랜차이즈업계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놓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프랜차이즈는 특히 부침이 심한 업종이다. 반짝 인기를 끌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내리막길을 걸으면 문을 닫는 사례가 많았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물론이고 가맹점 사장들도 큰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BHC를 인수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악순환에 빠질 것이고,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를 바라보는 인식도 나빠질 게 분명했다.

또한 BHC가 망하면 프랜차이즈 창업시장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감안해야 했다. 난 어떻게 해서라도 BHC를 살리고 싶었다.

우선 회사 내부 반대부터 잠재워야 했다.

“BHC를 인수하면 당장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 BHC 인수로 외형 확대

무엇보다도 BHC 가맹점 사장들의 의식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기 때문에 쉽게 BBQ 기업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염려됐다. 당시 BHC 점포당 매출은 BBQ의 4분의 1에 불과했기 때문에 BHC를 정상화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난 BHC를 BBQ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조직으로 바꿀 자신이 있었다. BBQ치킨대학에서 교육시키고, BBQ가 확보한 마케팅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면 정상화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BBQ 가맹점 사장들의 반대였다. BHC를 인수할 뜻을 내비치자 온통 반대 일색이었다.

BBQ 식구가 된 BHC의 깔끔한 매장 내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들을 설득시킬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BHC를 인수하면 BBQ 본사에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가맹점 사장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줘야만 했다.

역발상을 통해 가맹점 사장들을 설득시킬 세 가지 요소를 찾아냈다.

첫째는 BBQ가 인수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업체로 넘어간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BBQ가 인수하면 아우 격인 BHC를 갖게 되지만, 다른 업체가 인수하면 경쟁사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당수 가맹점 사장들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걱정하면서도, ‘BBQ가 인수한다 해도 경쟁하기는 마찬가지’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난 좀 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BHC를 인수하면 여러 면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공동구매·공동물류·공동마케팅을 펼치면 비용절감 효과가 생기게 되고, BBQ와 BHC 모두에 이익이지요.”

세 번째는 BBQ와 BHC의 제품 차별화였다. 제품을 차별화시키면 경쟁에 따른 피해를 차단하면서도 혜택은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믿었다.

BHC의 취급제품은 패스트푸드점에 가까웠고 주로 학교 주변에 위치한 반면, BBQ는 주택가에서 치킨 배달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제품 차별화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 초밥·간편식 사업 진출

무엇보다도 BBQ 고객은 BHC 제품을 찾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치킨의 원조가 BBQ인데, 원조 대신 다른 치킨을 선택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내 판단은 적중했다. BHC를 인수한 뒤 고객층을 분석해보면 BBQ 고객이 BHC로 옮겨간 사례는 거의 없었다.

당시 나는 닭고기 소비의 확대를 믿었다. 1인당 한국의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8~9마리에 불과하나, 미국은 45마리에 달하고 일본과 유럽도 각각 30마리와 35마리를 소비한다. 닭고기시장은 무궁무진했던 셈이다. 결국 더 큰 이상을 차지할 수 있는데, 현재의 고객만을 생각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BBQ는 명품치킨을 원하는 고객층을 사로잡아 시장을 키워야 했다. 현재 시장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것. 올리브치킨을 선보였던 배경도 BBQ 명품치킨 전략의 일환이었다.

가맹점 사장들도 처음엔 반대했으나, BHC 인수 6개월이 지난 뒤부터는 BBQ 본사 방침을 절대적으로 따라줬다. ‘깨끗한 치킨’이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BHC의 가맹점 수는 현재 900개에 달한다.

인수 이후 정확하게 두 배로 성장한 셈이다. BHC의 신규 고객은 BBQ 시장의 잠식이 아닌 경쟁업체들의 고객을 빼앗아왔던 것이다.

지난 2003년 2월에 첫 점포를 열었던 ‘U9(유나인)’ 역시 역발상 경영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다. U9은 초밥, 우동, 돈가스 전문 프랜차이즈로 현재 200개 점포가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사업 아이디어를 냈을 때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다. 치킨에 집중했던 지금까지의 영업전략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난 생각이 달랐다. 소비자들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육류에서 해산물로 선호도가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다면 치킨에 한정하지 않고 해산물도 취급해야만 미국 맥도날드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밥은 일식집을 찾아야만 먹을 수 있었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이었다. 만약 초밥 가격을 낮춘다면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우동은 간편식이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려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다.

흔히 우동은 일본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의 국수를 일본 사람들이 가져가서 우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동의 원조는 국수나 다름없다.

육류가 아닌 해산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은 당시로선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치킨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선 사업을 키울 수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해야 했다. 그 결과물로 U9과 ‘오션스타’가 태동했다. 시푸드(Sea Food) 뷔페인 오션스타는 현재 5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2006년 9월에 시작한 ‘BBQ치킨&비어’도 생각의 폭을 확대시킨 결과물이다. 당시만 해도 BBQ는 치킨 배달에 집중했다. BBQ의 한계는 20, 30대 젊은층이 집 밖에서 치킨을 먹고 싶을 때 이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등학생까지만 해도 집에서 BBQ를 먹다가 대학에 들어가면 생맥주 집에서 믿을 수 없는 품질의 치킨을 먹어야 했다.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려면 발상 전환을 통해 생맥주와 치킨을 함께 팔아야 했다. BBQ치킨&비어는 생맥주를 마시면서 BBQ치킨을 먹을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정리 = 이제경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40호(08.01.23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