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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사업법, 새단장하려다 곳곳에 얼룩

가맹사업법, 새단장하려다 곳곳에 얼룩
‘프랜차이즈업계 부담 완화’ 내세워 정보공개 내용 대폭 후퇴
가맹점주 보호 취지 무색…가맹본부들 이마저도 ‘수용 불가’

 

» 가맹사업법 시행령 입법예고안과 최종안 비교
“정보공개서 그런 게 있었어요?”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매출액을 믿고 경남 창원에서 치킨체인점을 운영하다가 올 가을 문을 닫은 박아무개(47)씨는 폐점 당시 가맹본부로부터 가맹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했다. 그동안 본부에 지급한 원·부자재 값이 시중 도매가격보다 훨씬 높았는데, 허위·과장 정보제공의 경우 이 초과분도 가맹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자(가맹 희망업자 포함)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맹사업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의 개정 취지가 빛이 바래게 됐다. 지난주 공정위 전원회의가 시행령을 확정했는데, 9월에 발표한 입법예고안에 견줘 많이 후퇴한 탓이다.

 

이조차도 프랜차이즈(가맹본부) 업계가 10일 규제개혁위원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러다가 시행령이 ‘누더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행령은 규개위와 법제처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통과되면 내년 2월4일(일부는 8월)부터 시행된다.

 

■ 바뀐 내용=개정 법령의 핵심은 가맹사업의 정보공개 확대다. 지금까지는 가맹 희망업자가 서면으로 요청할 때만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를 내줬으나, 앞으로는 정보공개서 등록제를 도입해 모든 가맹 희망자들에게 제공하고 기재사항도 확대한다는 게 애초 개정안의 뼈대였다.

 

그러나 입법예고 뒤 ‘여론수렴’ 과정에서 25가지 항목들이 바뀌었다. 공정위 스스로 밝힌 바뀐 이유의 70% 가까이가 ‘업계 건의’와 ‘업계 부담 완화’다.

 

특히 정보공개서 기재사항 가운데 △가맹점 사업자의 총매출 △점포 임대 비용·초도 상품 내역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관련 비용 등이 최종안에선 빠졌다. 가맹 희망자의 인근 점포 열 곳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매출액을 넣기로 했지만 이 또한 삭제됐다.

 

또 정보공개서에 가맹본부의 과거 3년치 재무제표를 기재하도록 했으나 ‘2010년까지 점진적 확대’로 후퇴했고, 정보공개서의 등록 심사기간도 30일에서 14일로 단축됐다. 더욱이 가맹본부가 가맹 희망자에게 ‘비밀유지 확약서’를 징구할 수 있도록 해, 나중에 정보공개서의 허위기재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의 윤철한 부장은 “정보공개서엔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라고 할 만한 것들이 거의 없다”며 “사후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정보공개서는 사전에 피해와 분쟁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인데 이를 변경한 건 가맹본부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 주장했다.

 

■ 반발은 계속=공정위 관계자는 “예고안이 나간 뒤 프랜차이즈 업계나 일부 학계로부터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관계 부처간 협의과정에서도 산업자원부가 업계의 목소리만 거듭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산자부 유통물류팀의 김성칠 팀장은 “가맹 희망자에게 정보를 최대한 줘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불필요한 정보 제공으로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폭 손질한 최종안에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연합 최용훈 부장은 “특히 가맹금의 정의와 가맹사업자의 매출 공개 부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