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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그 꿈을 향한..

취업시장 신조어로 본 2007년 한국사회 모습

'88만원 세대', '영어난민', '공휴족', '야근독'. 여전한 청년 실업난과 고용불안을 반영하듯 지난 한 해 여러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백수'가 하나의 사회ㆍ문화적 현상의 자리 잡았다. 대학생들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직장인들은 간신히 구한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밤늦도록 일해야만 했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이 같은 취업시장과 직장생활의 세태를 엿볼 수 있는 신조어들을 정리해 13일 발표했다.

◇ 장기화된 실업난..'삼태백' 등장 =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우울한 생활상을 표현한 각종 신조어가 등장했다.

한때를 풍미했던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는 이제 30대 태반이 백수라는 '삼태백'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또한 20대 근로자 중 95%가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담은 '88만원 세대'가 새롭게 선보였다.

이 같은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김영하의 '퀴즈쇼', 정현아의 '달의 바다' 등 백수를 소재로 한 소설이 등장해 '백수소설', '백수문학'이라는 말도 생겼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기업과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지난해에도 식을 줄 몰랐다.

특히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에 시행된 PSAT(공직적격성테스트)가 7,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시족과 공시족이 융합한 '고공족(考公族)'이 등장했다. 고시건 공무원 시험이건 우선 붙고 보자는 심정.

또한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있어 서류 전형이 '서버전형'으로 바뀌었다. 대입 못치 않은 눈치작전으로 서류 마감 직전에 지원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취업 후에도 습관적으로 구직활동을 멈추지 못하는 '구직 증독증'이나 입사하고도 재취업을 위해 회사에서 취업공부를 하는 '도둑공부', 어학연수나 유학을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영어난민' 등도 취업난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 취업준비에 바쁜 대학가 = 취업난은 대학생의 삶을 뒤바꿔 놓았다. '데칸쇼(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어를 가리키는 말)' 책을 옆구리에 끼고 철학을 논하고 밤 늦게 술 자리에서 사회현실을 고민하던 시대는 갔다.

취업준비 과정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쉬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공휴족(恐休族)'이 등장했다. 휴일이나 방학에도 쉴새없이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 한다는 것.

학점 따기 수월한 타 대학이나 이력서 쓸 때 도움이 되는 해외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점 쇼핑족'이 있는가 하면, 취업을 위해 명문대로 편입하려는 '메뚜기 대학생'도 있다.

장기간 미취업 한 졸업생을 가리키는 '장미족', 효율적인 시간활용을 위해 공부, 식사, 쇼핑 등 무엇이든 혼자 하는 '나홀로족'도 생겨났다.

◇'취업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직장인들은 쉴 틈이 없다.

요새 직장인들은 '술독'보다 야근을 많이 해서 생긴 피로를 뜻하는 '야근독'에 시달려야 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인구에 회자됐던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 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등 생선 시리즈는 '동태족(한겨울에 명퇴한 사람)', '알밴 명태족(퇴직금을 두둑히 받은 명퇴자)', '생태족(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 당한 사람)' 등으로 새롭게 '버전업' 됐다.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자기 계발의 학습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통계청은 회사가 '컴퍼데미(company+academy)' 개념으로 나가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한 이제 직장생활에서 성공하려면 남을 웃길 줄 아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기업 구성원들을 즐겁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능력을 뜻하는 'EnQ'가 등장했다.

이밖에 직업에 따라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와 등급을 의미하는 '직벌(職閥)'과 직장인의 주식 열풍을 가리키는 '스톡홀릭',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몸테크'라는 말도 새롭게 생겨났다.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