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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떡볶이, 뉴요커를 사로잡다

떡볶이가 ‘빅애플(Big Appleㆍ뉴욕의 애칭)’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에선 포장마차나 분식점에서 파는 값싼 군것질거리 취급을 당하는 별 볼일 없는 먹거리지만,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다는 뉴요커(New Yorker)에게는 별미 대접을 받고 있는 것. 얼얼한 떡볶이의 매콤함에 뉴욕커가 빠져들고 있다.

 

한국의 양념치킨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화제가 된 데 이어 뉴욕의 도처에서 떡볶이를 파는 한국 음식점이 눈에 띄게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떡볶이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맵다고 느끼는 낙지볶음 오징어볶음 등도 뉴요커가 즐겨찾는 음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음식이라고 하면 불고기와 비빔밥 정도만 떠올렸던 미국인이 진정한 한국의 맛을 깨닫기 시작한 셈이다. 떡볶이를 필두로 한 매운 한국음식의 뉴욕 정복은 한국 음식점의 지역 분포만 봐도 한눈에 파악된다. 한국인이 많이 몰려 있는 코리아타운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뉴욕 시의 행정구역에 따라 구분을 해보면, 한국음식점은 마천루가 즐비한 뉴욕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맨하튼이 속해 있는 ▷웨스트빌리지 3곳 ▷이스트빌리지 3곳 ▷미드타운 3곳 ▷브룩클린과 퀸스 총 9곳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ㆍ소호ㆍ헬스키친(Hell’s Kitchen) 각 1곳 ▷트라이베카(Tribeca) 2곳 등 23곳에 달하며 이들 음식점 절반이 떡볶이를 팔고 있다.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는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국 음식점이 9개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떡볶이에 대한 뉴요커의 수요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 바 있는 한국음식점 코리안템플퀴진의 제니퍼 맹(여ㆍ25) 대표는 “요즘 미국인은 매운 음식을 먹는다. 떡볶이를 한 번 맛보면 반드시 다시 먹으러 온다”고 밝혔다. 미드타운에 위치한 한국음식점 만두바의 웨이터 장모(34) 씨는 “우리는 미국 손님이 70~80%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떡볶이를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인의 떡볶이 예찬도 이어진다. 혀가 얼얼하다 못해 뒷목까지 땡길 정도의 매운 맛에는 이들도 적응하기 힘들지만, 적당한 수준의 매콤ㆍ얼큰한 맛은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채소가 듬뿍 들어 있다는 점도 건강에 신경쓰는 뉴요커가 반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다. 뉴요커가 불고기의 달콤함이나 비빔밥의 고소함보다는 매콤함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밥 지글러(31) 씨는 “한국음식의 달콤함과 매콤함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에 따라 재미동포는 떡볶이 등 한국음식을 맛보러 가자는 뉴요커 친구의 성화가 반갑기만 하다. 재미동포 제인 패(여ㆍ23) 씨는 “외국 친구와 한국음식점에 갈 때는 해물파전과 떡볶이로 식사를 시작하자고 조른다”고 했다.

 

떡볶이를 한 번 맛보고 매운맛에 빠진 뉴요커는 좀더 자극적이고 매운 한국음식을 찾기도 한다. 낙지볶음 육개장 등이 대표적이다. 코리아타운 이외의 지역에서 영업 중인 한국음식점 50%가 육개장을 팔고 있으며, 이들의 60% 이상이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등도 주요 메뉴로 판매 중이다. 제니퍼 맹은 “오징어볶음의 인기는 놀랄 정도”라며 “오징어볶음이 다 떨어졌다고 하면 뉴요커가 많이 실망한다”고 했다.

 

뉴욕에서 팔리는 떡볶이 등 매운맛의 한국음식 가격은 만만치 않다. 떡볶이의 경우 6~19.95달러. 한국에서는 1인분에 1000~2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가격이지만, 뉴욕에서는 최고 1만8000원을 줘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육개장은 9~15달러, 순두부찌개는 4~15달러, 낙지ㆍ오징어볶음은 10~19.9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통상 뉴요커가 점심에는 5달러, 저녁에는 15달러 정도로 식사를 마치는데, 매운 한국음식의 가격이 5~20달러여서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내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팅 관계자들이 분석하는 떡볶이의 인기 비결은 다른 국가의 음식과 비교한 것이어서 귀기울일 만하다. 인기 여배우이자 트랜드세터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재니퍼 애니스톤이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비타민 음료회사 글라스오의 마케팅 담당 매크 매크카론(23) 씨는 “한국음식은 인도음식처럼 매콤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맛을 갖고 있어서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