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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일단 시작하라..서두르는 것에 맥이 있다"

콜럼버스를 아십니까.
물론 알겠지요. 1492년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미주 신대륙을 발견한 그를 모를 일이 없을 것입니다. 생뚱맞게 콜럼버스 얘기를 해서 미안합니다. 갑자기 떠올라서 한마디 하고 싶었거든요. 사실 오늘 이야기의 초점은 콜럼버스가 아닙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가 오늘의 이야기 초점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조금 아리송하다고요. 그럴 것입니다. 역사시간을 기억해보세요, 천동설을 얘기할 때 오르내리던 이름입니다.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2세기경 그리스 천문학자겸 지리학자입니다. 중세까지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유명했지요,

콜럼버스와 프톨레마이오스라. 두 사람은 분야도 다르고, 연대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너무 동떨어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향해 항해할 때 애지중지하며 갖고 간 지도가 바로 프톨레마이오스가 만든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이 만든 것이니 탁월하겠다고요. 아닙니다. 오류투성이입니다. 천동설을 주장한 사람의 지도가 어디 정확했겠습니까.

문제는 그 문제덩어리 지도를 갖고 콜럼버스는 미주 대륙을 발견했다는 데 있습니다. 미주신대륙의 발견은 세계사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동서교류의 주도권이 바뀌게 됐지요. 비단길개척 등 동서교류에 있어서 항상 동양에 뒤쳐졌던 유럽이 주도권을 잡은 계기가 된 시간이 바로 신대륙의 발견입니다.

역사에는 만일이라는 가정이 없다더군요. 전혀 가치가 없다고 합디다. 그러나 저는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만일이라는 단어를 쓰겠습니다.

만일 콜럼버스가 엉터리 지도가 아닌 객관적으로 완벽한 지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 역사가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결코 항해를 못했을 것이니까요,

역사가 그를 기억하게 만든 것은 콜럼버스의 갈망입니다. 황금의 나라인 동인도를 발견하려는 갈망, 그로 인해 한 몫 잡으려는 의지가 그를 오류투성이 지도를 갖고 망망대해를 항해하게 만든 것입니다.

오류투성이 지도는 그 갈망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를 험난한 항해 속으로 뛰어들게 만든 조그만 씨앗이 됐습니다.

세계사를 읽다보면 씨앗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제국의 탄생도 조그만 사건에서 비롯되는 게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니까요.

역사만이 그럴까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직접 만난 수백 명의 CEO, 책과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난 수천 명의 CEO들의 시작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완벽한 계획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금도 턱없이 부족했고, 인적 자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일단 배를 띠우고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들 일부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일부는 도중에 난파를 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먼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의 압박을 즐길 줄 아는가와 고도의 집중에 따라 결과치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항해의 시작입니다. 그게 바로 씨앗입니다. 위대한 결과를 잉태할 수 있는 위대한 씨앗 말입니다.

씨앗은 제때 뿌려야 합니다. 제때 뿌리지 못하는 사업지망생을 많이 봅니다. 필자의 눈에는 실패가 훤히 눈에 보이지요. 그들은 매번 완벽 타령입니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기회, 완벽한 자금, 완벽한 인재. 완벽한 출발은 초라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완벽한 출발을 기하는 대신 사업의 정수를 잃어버리니까요. 악담 아닙니다.

영화 좋아하시죠. 국내 영화 얘기를 해볼게요. 수년 전 ‘태풍’이라는 영화가 참담한 실패를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국내 최고의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였는데 왜 실패했을까요. 반면 같은 시기에 나온 저예산 영화 ‘웰컴투 동막골’은 800만 명을 돌파했다지요.

이에 대한 이유를 굳이 들자면 속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속도에 탄력을 붙이는 것은 고도의 집중과 방향이고요.

이제 창업 얘기 좀 해볼게요.

국내 고급도자기 시장의 지평을 열어가고 (주)에릭스(www.elix.co.kr)의 출발은 노점상입니다. 노점상에서 사업의 원리를 터득하고, 사업 방향을 잡은 이오훈 사장은 맞춤도자기 시장에 뛰어들었지요. 근래 들어 국내 내로라하는 외식업소가 에릭스 도자기를 선호하는 데는 노점에서 얻은 사업의 원리가 단단히 한몫했습니다. 출발부터 맞춤도자기 시장을 겨냥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국내 최고의 레스토랑 송추가마골(www.gamagoll.com)의 시작은 단돈 600만원입니다. 김오겸 회장은 돈이 부족해 직접 페인트 칠을 해가며 문을 열었습니다. 음식장사도 처음이라 일주일간 남의 집에서 갈비 재는 것을 배웠다죠. 1981년도 일입니다.

지난 해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젤라또 아이스크림 카페 띠아모(ti-amo.co.kr)는 지난 2006년에 단 3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 구상한 것은 현재의 띠아모가 아니었습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파는 한편, 덩달아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를 열어볼까하는 수준이었지요. 그러나 사업을 전개해가면서 사업범위가 넓어지고 세련됐습니다. 바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그대로 사업장에 뿌린 지혜가 돋보였습니다.

평당 매출 100만 원대를 넘겨 호사가들을 놀라게 한 샹하이델리(www.asianfcstar.com)의 시작은 어땠을까요. 지금은 지하철 공사가 끝났는지 모르지만 먼지투성이인 서울 구반포 대로변 8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난 조미옥 사장은 초롱초롱한 눈이 떠오릅니다.

“초라한 출발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시작으로 국내에 제대로 된 딤섬 문화를 뿌리고 싶습니다. 꼭 지켜봐주세요.”

남들이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한정식 프랜차이즈 좋구먼(www.jokumeon.com),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토스트업계의 강자 이삭토스트(www.isaac-toast.co.kr), 국내를 넘어 미국 일본시장 장악에 들어간 본죽(www.bonjuk.co.kr) 등 수많은 업체들의 시작을 생각해 봅니다.

시작에 대한 얘기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없는 충분한 자료가 있습니다. 성공의 모든 노하우가 잔뜩 숨어 있습니다. 사업에 있어서 '지금' 이라는 단어만큼 중요한 단어는 없습니다.

일단 시작하세요. 지금 시작하세요. 그게 길입니다. 그게 씨앗입니다. 그 씨앗에 모든 사업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성공 자체입니다.

사족을 달아볼게요.

아프리카 사자가 사냥감을 포식하고 하품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도스트예프스키의 ‘도박사’라는 글이 바로 사자가 하품하는 시간 동안에 나온 것입니다. 17일 만에 완성했습니다. 서둘러야 하는 사연이 있었겠지요. 도스트예프스키 작품이 대부분이 시간에 쫓겨 가면서 쓴 작품입니다. 쓰겠다고 하는 순간 책상에 앉아 써 내렸습니다. 시간을 농축 시켜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가 쓴 작품 족족 세계적인 명작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책상에 앉으라'고 합니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후배들, 특히 시간에 쫓겨 글을 써야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입니다.

서둔다고. 그렇습니다. 서두르는 것입니다. 서두르는 것에 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