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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기획 그리고 마케팅

헝그리어답터

30대 초반의 A씨는 평균 2개월에 한번씩 디지털카메라를 바꿉니다. 현재까지 10여대를 사용한 셈인데요. 그동안 디지털카메라를 바꾸는데 들어간 돈은 약 40만원 정도 됩니다. 쓰던 카메라를 되팔고 거기에 얼마씩 더해서 새 카메라를 사곤 했기 때문이죠.


여러분! ‘헝그리어답터’를 아십니까? 이들은 ‘업글러’ 라고도 불리는데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바로 A씨와 같이 계속해서 쓰던 제품을 중고로 되팔고 그 돈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헝그리어답터라고 합니다. 늘 업그레이드에 중독되어 있다는 뜻에서 업글러 라고도 하죠.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남들보다 먼저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얼리어답터라고 하는데요. 얼리어답터가 신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용어라면, 헝그리어답터는 얼리어답터이면서도 한가지 종류의 제품에 대한 매니아고, 또 중고품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죠.


헝그리어답터의 주요 활동무대는 바로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입니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옥션, 디씨인사이드 같은 곳이죠. 옥션에서 2004년 한해 거래된 중고 휴대폰은 15만대가 넘는데요. 이들 물품은 대부분 헝그리어답터들이 최신 휴대폰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내놓은 매물로 추정됩니다. 또 작년 하반기에 옥션의 컴퓨터와 가전 카테고리에서 IT관련기기를 사고 3개월 내에 다시 판매한 회원수가 2만명에 이르는데요. 이들 역시 헝그리어답터로 볼 수 있죠. 디지털카메라 전문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의 중고 매매게시판은 가히 시골장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매물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한마디씩 거드는데요. 가격이 터무니없다, 그 제품 써보니까 좋더라, 자기는 이 제품으로 바꿨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죠.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헝그리어답터들은 제품의 정보를 수집하고 또 자신이 쓰던 제품을 적정 가격에 처분해서 새 제품 구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합니다. 가히 헝그리어답터들만의 문화공간인 셈이죠.


헝그리어답터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망 덕분에 인터넷상거래가 일반화되었다는 점, 누구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서 중고품 판매의 필수조건인 흥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싫증을 잘 내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국민성 등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죠.


이제 헝그리어답터는 디지털가전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노우보드 동호인들의 사이트인 헝그리보더닷컴은 비시즌에도 하루 100건이 넘는 매매 게시물이 올라오죠. 심지어는 가격이 비싼 스쿠터나 자동차 등에서도 헝그리어답터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헝그리어답터를 경영에 활용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 보상판매가 아닌가 싶은데요. 현재까지 보상판매는 신제품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었죠. 보상판매는 새로운 제품을 살 때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헝그리어답터의 특징과 비슷한데요. 기업 차원에서는 보상판매를 기획할 때 할인의 폭이나 제품의 범위를 조절한다면 헝그리어답터들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자동차나 정수기, 비데 등의 판매기법으로 활용되는 리스·렌탈도 마찬가지입니다. 헝그리어답터의 목적은 특정 제품을 일정기간 사용해보는데 있으므로, 리스나 렌탈시 제품의 교체주기를 봄더 빠르게 하면 다른 제품들에 있어서도 헝그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헝그리어답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혹시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 정도로만 넘겨버리시지는 않는지요.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헝그리어답터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품질평가단이라는 거죠. 다시 말해서 이들의 사용경험은 고객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참고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된다는 것인데요. 헝그리어답터는 만족시키기 까다롭지만, 일단 이들을 만족시킨다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퍼뜨리는 감동스토리야말로 소비자들의 절대적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헝그리어답터들이 우리 제품에 열광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찾아내는 것. 어쩌면 가장 확실한 마케팅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