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버리고 가라>, 왕이지아 저, 김영수 역, 위즈덤하우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는 행복할까? 아니 내 자신 스스로 지금 행복한지 자문해본다. 아마 2013년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아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마 그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즉, 아무리 먹고 사는 것 때문에 하는 일이지만 그 일이 고통스럽거나 즐겁지 않다면 그건 필연 행복할 수 없음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잘사는 조국이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그래서 매일 듣게 되는 자살소식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건 왜 일지. 가장 행복한 나라는 그리 잘살지도 않은 부탄이라는 나라이고 태평양의 섬 산타카랄리나의 주민들은 행복도가 높은 곳이라는건 한편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슈퍼자본주의로 인해 지금의 대한민국은 양극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요즘 출판계는 행복에 대한 트렌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아울러 힐링 즉 치유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는건 그만큼 우리가 상처받고 행복하지 않음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하지만 이책은 여는 힐링서나 행복관련 도서들과는 좀 다르다. 역자가 서문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사이비 힐링서와는 다른 우리의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의 실마리를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특히 이 책의 역자는 대한민국에서 중국의 살아있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김영수교수님 아니던가.. 특히 나의 경우는 전공이 중문학이라 <사기> 작품도 원전으로 독해도 했었고 교수님 저서들을 탐톡해와서 더욱 반갑기만 하다. 휴넷의 사기 강의도 정말 재미있게 들었던..
대만 작가 출신인 와이지아는 생소한 작가인데, 원래 의사출신으로 작자 스스로 새로운 행복찾는 방법으로 작가가되어 인간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부하고 인간의 존엄한 생명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작가 스스로 실제 체득한 경험의 체험치라 더욱 의미가 깊은게 아닌가 싶다.
<어제는 버리고 가라>는 분명 원제목이 아닐터 원작의 제목이 몹시도 궁금했는데, 책 전면부에 世說新語 : 100個生命的啓示라고 되어 있다. 해석하면 ‘세설신어 : 100개 생명의 계시’이다.
사실 <세설신어>는 중국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유의경(劉義慶:403∼444)이 편집한 후한(後漢) 말부터 동진(東晉)까지의 명사들의 일화집으로, 당시의 지식인과 중세 호족(豪族)의 생활태도를 생기발랄한 콩트식으로 묘사하였으며, 한말부터 위·진 무렵의 귀족계급 주변의 사상·풍조를 후세에 상세히 전하고 있다. 작자 왕선생은 세설신어의 형식을 빌려 현대판 세설신어로 부활시키려는 의모가 아닌가 싶다. 100개 생명의 계시는 작가가 전직 의사였던 만큼 글 하나하나를 생명의 계시로 여기고 써내려간게 아닌가 싶다. 원작은 100개의 글인듯하나, <어제는 버리고 가라>는 88개의 계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계시라고 하면 종교적인 색채가 나지만 이 책과는 관계는 없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작고 사소한 인식의 전환이 얼마나 큰 행복과 가능성을 맛보게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가 익히하는 화가 마네, 램브란트, 피카소, 월든의 데이비드 소로, 작곡가 바그너, 아인슈타인, 조지오웰, 철학자 러셀,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 데카르트,칸트 등 철학자는 물론이고 독일의 문호 헤르만헤세, 카뮈 그리고 엘빈토플러까지 또한 많은 무명씨들과 일반인들의 이야기까지 저 아득히 먼 그리스시대부터 고전시대, 근세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하고 인물을 초월하여 다양한 인간 群像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새로운 면면이 흥미롭고 또 때로 놀라운 그래서 그 위대한 인물들도 그리고 내주변에 있는 평범한 인물들조차도 상상할 수 없는 고귀한 것들로 충만한 삶을 위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때론 뜻하지 않은 우연으로 작은 생각하나로 하나의 결정으로 인하여 새로운 삶 그리고 행복한 삶, 그리고 스스로 진정한 삶을 개척해 나간 그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는 분명 자기가 하는 일에 행복함을 느끼고 새롭게 시작한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그너의 13이라는 숫자에 얽힌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양말과 조지오웰의 수염, 벌의 성행위를 연구하던 킨제이보고서의 킨제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얽힌 일화, 입센과 바그너의 강박관념, 헤르만헤세의 심리치료, 캐네디의 실수 등등 다른 책 어디서도 볼 수 없는 88개의 일화들은 이책을 곁에 두고 하나씩 하나씩 사탕을 꺼내 즐기는 즐거움으로 하나씩 두 개씩 읽는다면 여타 다른 힐링서들은 읽고나면 공허하기 짝이 없는 뒷맛 개운치 않은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다.
행복 관련 책들이 더 행복을 어렵게 만들고, 힐링 관련 책들이 더 괴롭게 만든다면 이 책은 가볍게 하지만 마음으로 읽어낼 수 있는 그래서 진정한 치유가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마 정혜신의 <홀가분>을 읽어본 독자라면 의사출신이 작가가 뿜어내는 아우라 같은 것을 함께 음미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도 작은 생각의 변화 그 시작이 이 책에서 비롯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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