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략 기획 그리고 마케팅

문화 마케팅 - 문화 콘덴츠의 힘

"미키 마우스 아시죠? 올해 그의 나이가 70세입니다. 아톰은 55세, 뽀빠이는 77세."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의 구수한 입담에 아침잠을 설치고 본지가 주최하는 `디지털CEO서밋' 조찬 모임에 참석한 IT업계 관계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거 아십니까? 글쎄 그 조그만 쥐새끼(미키 마우스) 한 마리가 창출해낸 매출액이 5조원을 넘는답니다. 대단하죠?" 듣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놀랍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게임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게임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 가운데서 가장 성공적인 분야 중 하나. 엔씨소프트ㆍ넥슨ㆍNHN 등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도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 때문에 정부도 이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중국 샨다(盛大)그룹의 창업자는 국내 업체의 게임을 수입해 순식간에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30대 초반에 중국내 2위 갑부로 뛰어올랐고, 이 돈으로 그 게임을 개발한 국내 회사를 아예 인수해버렸지요. 우리나라가 지금 반도체ㆍ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제는 방송ㆍ음악ㆍ영화ㆍ캐릭터ㆍ게임ㆍ만화 같은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의 열변에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힘은 반도체ㆍ휴대폰ㆍ가전ㆍ디스플레이 등 IT산업과 조선ㆍ자동차 등 몇몇 산업에 집중돼 있고, 그 중에서도 IT산업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2004년 현재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반도체는 9.5%, 휴대폰은 22.1%, 디스플레이 38.4%, 가전 4.9% 등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해외 매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국산 제품들이 이제는 당당히 전세계 매장의 진열대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부문의 세계 시장 규모도 반도체ㆍ휴대폰 등 IT 제조업 제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3년 통계를 놓고 보더라도전세계 방송시장 규모는 2600억 달러로 반도체 시장규모(2004년 기준 2230억 달러)보다 크고, 캐릭터시장 규모도 1450억 달러로 가전이나 휴대폰보다 크다. 영화와 게임산업 역시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보다 크다. 미국ㆍ일본의 유수 IT기업들이 일찌감치 콘텐츠 산업에 과감히 진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미미하다. 전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해야 1∼2% 정도에 불과하다. `21세기는 지식ㆍ정보ㆍ문화의 세기'
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최근 대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 SK텔레콤은 위성DMB사업을 펼치는 한편, YTN미디어ㆍYBM시사닷컴 인수 등을 통해 방송ㆍ음악ㆍ영화ㆍ게임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의 콘텐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13%에서 지난해는 20%까지 상승했고, 갈수록 그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T 역시 스카이라이프의 1대주주로서 방송사업에 발을 담그면서, 동시에 IP TV 서비스 진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동시에 싸이더스ㆍ파란닷컴 등을 통해 영화ㆍ음악ㆍ게임 등에 대한 서비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CJ그룹, 동양그룹, 대성그룹 등이 문화콘텐츠 산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변신은 우리 IT산업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인프라에 기반한 인터넷 및 유ㆍ무선 통신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1세기의 진정한 지식ㆍ정보ㆍ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레드오션'속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국내 IT산업의 출로이고, 동시에 식을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잇는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는 지름길이다
 
박재권 디지털타임즈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