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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고 싶은 이런저런이야기

창조적 무능력으로 더 오래 버텨라?

여러분, 부하직원일 때는 곧잘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 승진을 한 후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례를 경험하셨는지요? 결국에는 그 사람을 보면서 승진하지 않았던 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더 좋았을 것이라는 씁쓸한 결론을 내린 적은 없는지요? 오늘은 '피터의 원리'를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콜롬비아 대학의 피터교수는 조직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오랫동안 수 많은 사례를 수집하여 연구한 끝에 세 가지의 공통적인 현상을 발견하고, '피터의 원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첫번 째는,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부서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한 사원들로 채워진다.' 세 번째는 '아직 무능력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이 직무를 완수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풀어서 말씀을 드리면, 조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한두 차례 승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 지위에서 능력이 인정되면 또 다시 승진하게 되구요. 그러나 종국에는 더 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유능함 대신에 무능함의 순간이 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쌓이면 모든 부서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한 직원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오늘 날 많은 개인들과 조직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비효율과 낭비, 실수가 만연하는 것은 바로 '피터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피터의 원리'에 동의를 하시는지요? 좀 심하다거나 너무 부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습니까? 사실, 피터교수가 '피터의 원리'라는 원고를 유명한 몇 몇 출판사에 처음 보냈을 때, 이런 반응이 있었답니다. 한 출판사는 '이 책을 출간할 마음을 접으시기 바랍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판매목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출판사는 '이런 코미디를 쓰려고 그렇게 많은 비극적인 사례들을 수집한 이유를 모르겠군요.' 이러한 출판사들의 냉소와 거절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출판이 되었고, 놀랍게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다른 나라에까지 소개되었답니다. 이것은 '피터의 원리'에 동의하기에는 좀 기분이 나쁘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게  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사실, 피터교수는 '피터의 원리'를 깨뜨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에까지 오르면 '창조적 무능력'을 발휘해서 더 이상 승진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것은 무능력해도 오랫동안 직장에 근무할 수 있었던 시대의 이야기이고, 오늘 날과 같이 극심한 경쟁의 시대,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에는 피터 교수의 제안을 곧이 곧 대로 적용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피터의 원리'가 오늘 날에도 여전히 작동하지만, 해결하는 방법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조직 속에서 어떻게 피터의 원리를 깨뜨릴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면, 어떻게 무능함을 경험하지 않고 끊임없이 유능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유일한 해결책은 다름이 아니라, 조직에서 요구하는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그 역할이 요구하는 역량을 끊임없이 미리 준비하고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유능했던 성공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성공방식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조직 속에서의 직무를 좀 살펴 볼까요. 대부분이 느끼시겠지만 그 직무들은 크게 대 여섯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와 혼자서 실무적인 일을 하는 단계, 거기에서 유능함을 인정받으면 초급관리를 하는 단계, 다음은 부서를 관리하는 단계, 그 다음은 여러 부서나 부문을 총괄 관리하는 단계, 마지막에는 회사 전체를 경영하는 단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노엘이라는 사람은 이러한 단계를 리더십의 파이프라인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회사는 여러 단계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계마다 꺾어져 큰 변곡점을 가진다는 것이죠. 이 말은 하나의 단계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갈 때는 동일한 능력으로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료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각각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은 각기 다른 역할과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각 리더십 파이프라인 속에 적합한 역할과 역량을 채워 넣을 때만이 전체의 파이프라인이 막히지 않고 원활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초급관리자 실무를 하면서 약간의 팀원들을 잘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무역량 뿐 아니라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통솔력 등이 필요하죠. 만일 초급관리자가 그 지위에서 일을 유능하게 하면 부서장이라는 다른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타게 되는데, 이 때는 초급관리자가 아닌 부서장으로서의 좀 더 차원 높은 역할과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만일 승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급관리자의 성공방식을 적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곧 그는 무능한 사람이 되고 바로 '피터의 원리'가 작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일 이런 직원들이 조직에 많아지게 된다면, 전 조직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막혀 조직이 돌아가지 않게 되지요. 따라서 '피터의 원리'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조직과 개인이 각 직무단계마다 요구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define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역할이 요구하는 역량을 파악해서 그 역량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것을 가장 잘 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세계 최고의 기업 GE입니다. 그들은 각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실제 나타낸 성과를 조합해서 9matrix를 만들고, 매년 세션 C라는 검증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적합한 인재와 리더십을 길러 냅니다. 최근 들어 많이 기업들이 도입하고자 하는 succession plan, 즉 승계계획관리는 바로 역할에 맞는 사람을 미리 준비해서 개인과 조직 전체가 무능해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지요.

 

많은 회사들이 우리 회사에는 정말 좋은 인재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좋은 인재를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죠. 물론 급박한 상황이거나 혹은 최고의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인재 모시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인재가 와도 조직이 '피터의 원리'에 지배를 받는다면, 또는 내부에서 더 이상 각 직무에 적합한 인재 만들기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조직은 늘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막혀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여러 분의 회사에서 승진을 시키고 나니 무능해지더라, 또는 조직을 새롭게 바꾸었는데 그 자리에 앉힐 적합한 사람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없으신지요? 만일 있다면, 여러 분의 회사는  안타깝게도 바로 '피터의 원리'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리더십의 파이프라인을 점검하시고, 제대로 된 역할과 역량을 채워 넣기를 계획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