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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기획 그리고 마케팅

부자의 지갑을 열게하는 5가지 방법

소비 부진으로 내수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 신장과 내수 불황 타개를 위해서는 소득 수준이 높은 부자 계층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부자들의 소비를 이끌어 내기 위한 5가지 요건을 살펴보자.
 
얼마전 시카고의 컨설팅 회사인 스펙트렘 그룹 대표 조지 월퍼는 “여유 있는 투자자들이 경제 전망에 점차 신중해 지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이 부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불황을 모르고 사는 부자들의 소비성향도 떨어질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8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는 이와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5개로 분류한 소득계층별 소비자기대지수는 전 계층에서 하락한 가운데 소득이 높을수록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기대지수가 전달 대비 2.6 하락한 반면 가장 고소득층은 그 두 배 가까이 떨어져 부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이 전체 지수 하락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가처분 소득이 많은 상위 계층의 소비지출이 조만간 큰 폭으로 줄어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내수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체 32개의 특별소비세 과세 대상 품목 중 24개의 폐지를 단행하였다. 이들의 상당수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게 유리한 품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골프장 인허가 관련 발언 및 소득세와 이자소득세 인하 등을 종합해 보면, 정부에서도 내수 불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고소득층의 소비를 촉진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한국 해외 여행객의 전체적인 카드 사용 금액은 줄어들었으나, 안정적인 구매력을 가진 40~50대의 카드 사용 금액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발표하였다. 아직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소비 계층의 소비 여력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일련의 정부 정책들과 맞물려 이러한 안정된 소비 계층의 해외소비를 국내 소비로 유도해야만이 소비 회복과 기업의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의 소비 성향과 가치

2001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에 1억 원 이상 예치한 예금 고객의 2%가 전체 예금 금액의 56.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2%의 부자들이 전체 소비의 56.6%를 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큰손(Big Spender)으로써 여러 기업들의 매력적인 최상위 고객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큰손들의 특성을 마케팅에서 말하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나타난다. 

첫째, 부자들은 최고의 제품을 넘어서 희소성이 있는 제품(Product)을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명품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기업은 잘 알려지지 않고, 그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부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과는 별도로 자신들이 느끼는 가치에 따라 제품을 구매한다. 즉, 객관적인 최고 가격보다는 주관적인 최고 가치를 중요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그들이 최고로 치는 제품에 적절한 가격(Price)을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최상위 부자들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장소(Place)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은 고급 제품만이 아닌 그에 따른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그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 구매자들과는 구분되는 장소를 마련해야만 한다. 

넷째, 부자들에게 다가가는 진입장벽은 매우 높지만, 그 장벽 너머에는 그들로부터의 지속적인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삶의 여유와 세련된 문화를 제약 없이 즐길 수 있으므로, 기업은 이러한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 자신이 최고라고 느낄 수 있도록 모든 노력(Promotion)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부자들을 잡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이제부터 그 방법을 살펴보자.
 
●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라 (With The Right Product)

부자들은 명품을 통해 그들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명품 소비를 통해 성공과 부의 이미지를 산 것이다. 부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러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명품에 열광한다. 명품 한두개를 소유함으로써 성공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현재 이런 소비자들의 성향을 겨냥한 대중적 중가 명품인 매스티지(Masstige)가 등장하면서 틈새 시장인 명품 시장 내에서 또 다른 틈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소수만을 위한 제품이 아닌 대중적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과거 한정된 계층에게만 알려졌던 때와는 달리 명품들의 희소성이 약해지고 결국 대중적 소비재로 전략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들을 가볍게 구매한다. 하지만, 자신만을 위한 몇 안되는 명품이 있다면, 어떠한 가격에서라도 그들의 강력한 구매력을 행사해 소유하려 한다. 보험료만도 3,000만원이 넘는 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 벤츠의 마이바흐는 가격대가 7억원을 상회하지만, 한국에서 출시 2주 만에 6대가 팔렸다고 한다. 이는 7억원이라는 가격이 벤츠의 명성과 마이바흐의 성능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마이바흐의 희소성을 획득하는 가치도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청약 광풍이 불었던 용산시티파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우 높은 희소성을 가진 초고층 건축물의 펜트하우스도 부자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상품이다. 부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품의 품질과 전문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희소성에 있다. 
 
Toronto의 건축가 Gordon Ridgely는 큰손들과 상대할 때 자신에게 일어났던 가장 최악의 경우는, 고객에게 제공했던 자신의 디자인을 바로 이웃에서 그대로 따라 했던 경우라 하였다. 일반 제품이 아닌 맞춤형 디자인이기 때문에 더 큰 희소성을 발휘하는 것이었으나, 그것이 도용된 순간 그 희소성이 무너진 것이었다. 
 
●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 (On The Right Place)

부자들은 최고의 제품을 추구하며, 해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월등할 뿐더러 이러한 니즈를 언제나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특히, 그들은 타인에게 주목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러한 부자들의 니즈를 국내에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는 그들이 추구하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문화가 녹아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백화점에 일부 초우량고객이 맞춤 쇼핑을 할 수 있는 PSR(Personal Shopper Room)이라는 곳이 열렸다. 이곳은 연간 구매금액이 3,500만원 이상인 고객과 잠재적 고객인 연예인과 고소득 오피니언 리더 등 200명만이 출입할 수 있다. 이들마저도 사전에 방문 예약을 하고 예상 구매 목록을 전달한 후에야 출입할 수 있다.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일반 매장과 같이 진열된 제품을 둘러보면서 고객이 직접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이곳에서 고객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면, 백화점측의 전담 판매직원은 고객의 예상 구매 목록에 올라온 제품을 진열한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에게 어울리는 제품들을 추천하고, 고객이 원하면 소규모 패션쇼까지도 열어준다. 이것은 비단 국내 백화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Saks Fifth Avenue나 Marina Rinaldi 등 해외의 유수 백화점에서는 이런 PSR 개념의 매장 운영을 하고 있고, 아르마니, 불가리, 그리고 페레가모와 같은 경우도 고객이 원할 경우 고객에게 트렁크 쇼(Trunk Show : 물품을 가져와 전시, 판매한 뒤 다시 가져가는 것)를 열어 그들만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
 
● 그들을 선점하라 (At The Right Time)

경영학에는 선점효과(First Mover’s Advantage)라는 것이 있다. 먼저 시장에 진출한 자에게 시장을 이끌 경쟁우위가 생긴다는 것이다.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안에서도 분명 선점효과가 존재한다. 다른 소비계층과는 달리 구매력이 월등히 강력하기 때문에 제품가가 높다고 해도 굳이 다른 곳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곳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일어나게 되는 학습행위를 더 큰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보다도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게 나타난다. American Express(AmEx)와 Stratus Rewards는 선점효과에 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AmEx에서는 1999년부터 Centurion이란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Black Card로 더욱 잘 알려진 이 제품은 연회비가 2,500달러에 이르지만, 사적인 선물까지도 구매해주는 접객인이 딸린 최고급 호텔의 무료 숙박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AmEx가 누구에게나 Black Card를 허용하지 않는다. AmEx의 다른 카드를 사용해 연간 150,000달러에 달하는 실적을 쌓아야만 한다.

Stratus Rewards는 AmEx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비집고 들어와 지난 4월부터 새로운 하얀색 Visa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AmEx에서는 Black Card 사용자들에게 최고급 여행권만을 제공하고 그를 위한 개인 항공편을 제공하진 않았지만, Stratus Rewards에서는 Northwest Airlines와 연계해 더 많은 서비스, 특히 전세 제트기 이용권을 제공한다.

Stratus Rewards는 이렇게 부분적인 차별화를 통해 Black Card의  회원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Black Card의 선점효과와 새로 실시된 Stratus Rewards의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Black Card 회원의 이탈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 그들만을 위한 Personal Shopper를 키워라 (By The Right People)

부자들을 위한 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품질과 그들에 대한 헌신, 그리고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의 철저한 서비스와 그를 넘어선 관심을 원한다. 일반적인 판매 직원들로는 이런 최상급의 퍼스널 케어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만을 위한 Personal Shopper가 필요하다. 

Personal Shopper는 구매 전뿐만 아니라 구매 후에도 고객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조언을 주어야 한다. Personal Shopper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잠재적 고객들이므로, 그들의 구매 비용에 구애 받아선 안된다. 그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서 그 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Personal Shopper에게 필요한 덕목은 어떠한 고객의 요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력,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미적 센스와 기지, 그리고 그들과 장기적 관점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게 만드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덧붙여 그들이 Personal Shopper를 원하는 때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그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밑받침이 되는 체력도 필요하다.

Bloomingdale의 Fashion Island에서 일하는 Debra Russel은 1996년도부터 교외 주택가의 주부들이나 대기업, 그리고 최근 이혼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는 고객들의 쇼핑 시간을 줄여주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 패션 의상에서부터 집안 장식품까지도 선택해 주며, 고객이 속한 사회 집단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준다. 또, 고객의 생일이나 기념일, 다른 중요한 날들에 대한 것들을 일일이 챙기며, 고객을 마치 자신의 친구처럼 생각한다. Personal Shopper는 매 고객과의 첫 거래를 일시적인 관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한 번의 거래가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고객에게 정직하고 가까워져야 하지만,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위 큰손이라 부를 수 있는 부자들의 숫자는 매우 적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래로 한국에서는 금융기관이 부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PB(Private Banking)가 주요 수익 수단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부자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BCG(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는 한국 PB 시장이 향후 5년간 매년 약 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또, Elite Traveler의 사장인 Doug Gollan은 샐러리에 의존하지 않고 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경제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소비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부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그들의 소비가 자사를 통해 이루어지게 만들 수 있다면, 불황과 관계 없는 호황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