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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기획 그리고 마케팅

불황기 트렌드 키워드 5



[동아일보]

마음을 읽어라

관념을 바꿔라

귀를 열어라

환경을 섬겨라

지도와 통해라

《미래를 미리 알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은 모든 이의 꿈이다. 고금(古今)을 불문하고 점쟁이 집에 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천하대세를 논하는 신문이 한 귀퉁이에 ‘오늘의 운세’를 싣는 현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나라 안팎 각종 악재에 소비자들은 우선 지갑 단속부터 하고 나섰다. 한동안 이어질 보릿고개에 기업들도 위축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든 세상의 돌고 도는 법, 트렌드는 있다. 영국계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워칭’은 최근 ‘2009 트렌드 키워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갑작스러운 경제 한파(寒波)에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된 지금,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공식도 바뀌었다. 트렌드워칭이 전망한 5가지 키워드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

경기침체에 적응해가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찾아야 지갑 열려

[1] 사소한 것에서 만족을 얻는다

그동안 기업들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 수요를 만들어냈다. ‘나만의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 틈새시장을 만들어 낸다는 누보 니치(Nouveau Niche)나 하찮은 80%가 상위 20%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다는 롱테일(Long Tail) 법칙이 그것. 하지만 부자든 서민이든 지갑을 꽁꽁 닫은 지금, 기업들로서도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가게 문만 열어놓고 손님이 오길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너무 세상을 깜짝 놀래려고 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바뀐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하자.

애플 아이폰이나 LG전자 햅틱폰처럼 디지털기기가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입력 방식을 바꾸고 있다. 출퇴근길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안에서 검지로 정보기술(IT) 기기의 스크린을 조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추운 겨울날 장갑을 벗고 차가운 금속기기에 손가락을 대기는 꺼려진다. 그렇다면 엄지와 검지 일부만 노출시킨 장갑은 어떨까.

손가락으로 스크린 조작이 쉽지 않다면 ‘닷츠 글러브’를 끼어보는 것은 어떨까. 스크린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손가락 끝 부분에 금속 점을 부착한 이 장갑은 좁쌀만 한 쇠붙이 덕에 대박이 났다.

의외로 소비자들은 사소한 것에서 구매를 결정한다는 ‘니치 트리뷰트’가 트렌드워칭의 첫 번째 해답이다. 물론 니치 트리뷰트는 IT 기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에서는 비행기 탈 일이 잦은 소비자를 위해 건조한 기내(機內)에서 피부와 눈가에 수분과 영양분을 제공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불편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그곳에 길이 있다.

[2] 특별한 기쁨 주는 특별한 럭셔리

이제 ‘명품=비싸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도 깨진다.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당신의 이름을 드러낼 럭셔리로 준비돼 있다.

영국 런던의 러프 럭스 호텔은 ‘날것’ 그대로의 럭셔리 호텔이다. 이 호텔의 벽들은 도배 전 잿빛 시멘트벽 그대로다. 마치 도시 속 버려진 건물 같다. 하지만 잿빛 벽은 팝아트 풍 그림에는 멋진 갤러리가 됐다. 이 호텔 측은 “값비싼 대상에 대한 소유가 아닌 개인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라고 말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에이스 호텔 뉴욕’은 일정한 위계를 거부하는 보헤미안의 삶을 호텔 인테리어의 콘셉트로 내세웠다. 재활용품 숍이나 벼룩시장에서 구해 온 ‘값싸’ 보이는 소품들이 모여 호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뉴요커들은 뉴욕의 숨막히는 속도전을 피해 자유분방한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3] 서비스 불만 제로에 도전하라

유럽 지역 호텔이나 레스토랑, 휴양지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전문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얼핏 보면 다른 여행정보사이트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휴양지 시설을 이용한 소비자들이 올린 후기에 해당 업체 관계자가 직접 응답을 할 수 있다.

트렌드워칭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거침없는 불평이나 리뷰를 던지던 ‘피드백 1.0’이 소비자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개선하던 ‘피드백 2.0’을 거쳐 소비자의 불만에 빨리 대응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피드백 3.0’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자들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기업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소비자들은 그 기업에 대한 충성스러운 고객이 된다는 것. 일종의 ‘버즈 마케팅(입소문)’인 셈이다.

[4] 친환경을 소비한다

‘에코(eco)’라는 화두는 올해도 계속된다. 그동안 환경이라는 이슈가 공급자 관점에서 화두가 됐다면 이제는 수요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단순히 윤리적인 소비 행태를 넘어서 경제적인 소비 습관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고 그린 콘시어지(Go Green Concierge)’라는 회사는 열 방지 카메라 등을 통해 집안 곳곳에서 나도 모르게 새어 나가고 있는 에너지 누출 여부나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점검해준다. 가정 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물론, 효율이 높은 조명기구나 환경친화 제품 구입에 대한 가이드도 해준다.

‘프리 그린(Free Green)’은 고객의 생활 습관에 맞춰 친환경 집을 설계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친환경 집을 짓기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조언을 담은 자료집도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5] 지도에 얼굴을 내밀어라

고유가 영향으로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던 불편함을 기억하는가. 내비게이션만 두드리면 실시간 업데이트된 주유소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에는 지도가 단순히 도로안내나 건물의 위치만을 제공했다면 이제 지도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인터넷 포털 회사들이 너도 나도 지도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 경기 악화로 맵 마니아(Map Mania)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트렌드워칭은 전망했다. 빵집이나 호텔, 커피숍 등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체들은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지도 위에 자신들의 간판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