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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기획 그리고 마케팅

사소한 것에 목숨 걸어라

케팅에 대한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마케팅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억원을 쏟아부어 광고를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등 수백만명 혹은 수천만명의 잠재고객을 향해 ‘당신은 이것을 사야 해’ 하면서 떠드는 게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직도 20세기 마케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금세기 최고의 소비재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한번도 현란한 광고나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적이 없다. 그저 조용히 그러면서도 강렬하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면서 잡초처럼 세상에 퍼져나갔다. 분주한 현대인에게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전문점이 아닌 이른바 ‘제3의 장소’가 되어줌으로써 이제 하나의 문화공간이 된 것이다.

마케팅은 사소한 것이다. 아니 사소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넋놓고 광고에 빨려드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소비자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음악도 일일이 선택하여 MP3에 담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상품은 누가 뭐래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따라서 마케터는 소비자들의 사소한 행동에 각별한 관심을 두어야 하고 개인차에 유념해야 한다.

스타벅스 얘기를 좀 더 하자. 종이 컵으로 커피를 마실 때 스타벅스 로고가 언제나 상대편을 향하도록 돼 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근사한 모습을 녹색의 요정 로고와 함께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워드 슐츠 회장은 “모든 것이 중요하다(Everything matters!)”라고 말하면서 원두 선별에서 패키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모든 것들을 챙기고 있다.

최근에 유명해진 강남지역의 모 야채가게는 야채의 진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단지 과일의 진열 위치를 바꾸었을 뿐인데 매상이 엄청나게 오른 적도 있다. 어느 대형 할인점은 날씨에 따라 유제품 코너의 진열 상품 비율을 조정한다고 한다. 비가 오면 우유가 덜 팔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맥도날드는 음식의 온도뿐 아니라 주문을 받는 종업원의 웃음 횟수까지 정량화하여 관리한 결과 일일 매상을 10퍼센트 이상 올릴 수 있었다. 모 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온 고객이 넥타이 코너로 가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사람들과 엉덩이가 몇번 부딪히면 발길을 돌리는지 조사하여 그 횟수와 구매의 관련성을 파악한 다음, 이른바 ‘엉덩이 부딪힘 효과’의 최소화를 위해 매장 배치를 변경했다.

사소한 것을 챙기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 될 수 있다. 또 “뭐 그렇게까지 할 것 있나, 더 크고 중요한 일을 기획해야지”라는 말이 귀에 맴돌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사소한 한가지에 실망한 후 영원히 떠나기도 하고, 극단적인 한번의 경험을 과장하여 인터넷에 떠들고 다니기도 한다. 한여름 뙤약볕에 덮개도 없이 모 맥주회사의 트럭 위에 실려 있던 맥주병을 보면서, 시커먼 먼지에 뒤덮여 이름조차 잘 보이지 않던 모 우유회사의 물류차량을 보면서 필자도 이른바 ‘고려집합’에서 그 두 브랜드를 삭제한 기억이 있다. 또 철자 틀린 글자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브로셔로 VIP 고객을 유혹할 생각을 품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점점 똑똑해져 가는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21세기 마케팅 환경에서는 사소한 것을 빈틈과 오차 없이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